단상

2021년에 쓰는 2020년 회고

한땀코딩 2021. 1. 10. 23:23

2020년을 보내며

2020년은 정말이지 여러 가지 의미로 제 인생에서 잊기 힘든 해가 될 거 같습니다. 글로벌한 판데믹도 한몫하겠지만, 인생의 큰 변환점이 된 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개발자'로 정의하기 시작한 해라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본격적으로 개발자로 진로 방향을 잡고 달려온 1년이었는데, 사실 시작할 때는 1년이면 뭐든 하겠지!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지금은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알게 되었지만요. 끊임없는 학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생각보다 배울 것이 많았단 것이 함정이었을까요. 그래도 2020년을 개발자로 살고 나서 퇴사를 한 것이나, 이 길을 선택한 것에 후회가 있느냐면 그건 절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42Seoul

42서울의 오리엔테이션 티켓

2020년의 시작은 42서울과 함께였습니다. 사전 테스트에서 운 좋게 통과하고 라 피씬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코로나가 터지기 전이어서 창의 캠프를 통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학 때 힘들게 배웠던 C 언어도 다시금 만나게 되었는데, 라 피씬을 준비하기 위해 스터디를 하면서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다시 익혀보니 진심으로 재미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개발자만의 전유물(?) 같은 CLI 환경에서의 작업도 해보고, 주말 없이 한 달 동안 코딩만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참 감사하게도 본과정에 진입하여 본격적으로 ecole 42의 교육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어느덧 1년이 다 되었다니 시간이 참 야속하기도 하고, 코로나 때문에 클러스터에 많이 나가지 못한 것도 아쉽습니다. 지금은 블랙홀이 아슬아슬하여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과제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기다림을 몰라 눈치 없이 와버린 봄

봄에 찍었던 벚꽃 사진을 보니 눈치 없이 봄이 와버렸다고 하는 Life Goes On의 가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라 피씬을 통과하고 기분 좋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던 제 일상에 찾아온 건 글로벌 판데믹. 만연한 봄을 즐기지도 못하고 집과 카페만 마스크로 무장한 채 오가며 42서울 과제만 했습니다. 올해는 마스크 없이 봄을 즐길 수 있을지...

자격증과 자격증

가슴이 웅장해지는 SQLD 시험장

보면서 입이 쩍 벌어졌던 SQLD 시험장. 대학 건물이 이렇게나 멋있을 수도 있구나 생각하며 시험장까지 올라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개발자로 전향하면서 많이들 준비하시는 SQLD와 정보처리기사에 도전했던 2020년이었습니다. SQLD와 정보처리기사 필기는 다행히 합격하였네요. 정보처리기사 실기는 2021년에 꼭 취득해보려고 합니다.

클러스터는 다시 열렸지만...

출입증과 자가격리

지금은 거리두기 2.5단계 때문에 다시 닫힌 클러스터지만, 그래도 2월 라 피씬 합격 이후 무려 5개월 만인 7월 즈음에 42서울의 클러스터가 다시 오픈을 했었습니다. 1월에는 집보다 더 오래 있었던 공간인데 7월에 다시 오니 정말 낯설더군요. 게다가 거리두기 때문에 마주 앉지 못하니 많이 삭막하기도 했습니다.

42서울 스타터 키트 구성품

2월에 받았어야 했던 스타터 키트 또한 이때 함께 수령하였습니다. 그래도 코로나에도 철저히 위생 관리를 하며 클러스터를 개방해준 운영진 분들, 또 힘든 길을 뚫고 클러스터로 출근도장을 찍는 카뎃들을 보면서 힘든 시기에 좋은 자극을 많이 받았습니다.

컨트리뷰톤

개발하면 오픈소스지! 하고 생각하던 제게 뜻깊은 기회가 찾아왔었습니다. 운 좋게도 오픈소스 컨트리뷰톤에 참가하게 되었는데요, 그곳에서 또 열정적인 현직 개발자 분들을 많이 만나 뵙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SQLAlchemy를 주제로 시작했는데, 저는 아쉽게도 기여를 크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진행된 것이 많은 오픈소스다 보니, 기능적인 부분으로 개선사항을 추가하기엔 제 경험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멘토님의 지도 아래 스타일과 관련된 것을 고쳐 PR도 보내보고, 관리자 분께 직접 리뷰도 받아보면서 오픈소스 생태계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알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관리자이신 Mike Bayer님이 채팅에서 한국인들이 뭔가 스프린트를 하는 거 같다고 유쾌하게 채팅을 하시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부스트캠프2020

부스트캠프를 시작할 때 받은 스티커. 지금은 노트북에 붙어있습니다.

2020년 제 하반기를 꽉꽉 채워주었던 것은 부스트캠프2020이었습니다. 웹 풀스택 과정을 진행했는데, 이때 본격적으로 JavaScript & Node.js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웹 개발을 늘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챌린지를 하게 되었고, 멤버십까지 달려보았습니다. 5개월이라는 길면서도 짧은 시간 동안 만난 모든 분들이 열정이 넘치셨고, 그 열정을 보며 반성도 많이 하고 자극도 많이 받았습니다.

또 막연하게 고민하던 제가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도 부스트캠프를 통해서였습니다. 아직도 풀스택으로 거듭나겠다는 마음은 변치 않았지만, JavaScript를 익혀보고 프론트엔드를 구현해보면서, 프론트엔드가 단순히 UI 제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잘 몰라서 참 얕게 알고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2021년을 시작하며

회고를 써야지,라고 결심한 지 한참이 지나서야 이렇게 2020년 회고를 남겨봅니다. 이렇게 굵직굵직한 활동들 외에도 소소하게 프로젝트를 했던 것들이나 개인적인 일들도 많았습니다. 뭔가 늘고 있긴 한 건가, 항상 의심이 들면서도 2020년 1월의 제가 지금의 저를 보면 나름 열심히 했다고 칭찬을 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결판이 안 났냐며 한숨을 쉴지도 모르겠네요).

코로나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진행하던 것들은 일단락된 것이 많아 사실 2021년은 어떤 것을 준비하며 보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합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길을 결정하면서 배워야 할 것도 훨씬 늘어났습니다. 기본이 되는 CS와 알고리즘은 물론이고, 미뤄두었던 토이 프로젝트, JavaScript, CSS, 그 외 기타 등등. 우선순위를 정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것들이 쌓여있는 기분입니다.

2021년은 꼭 코로나 없는 환경에서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하고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습니다.